근대극의 선구자 헨리크 입센의 대표작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자아를 발견하려는 '노라'를 등장시킨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으로, 결혼과 남녀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전체 3막으로 구성되었으며, 187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에서 공연되고 있다.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사랑받는 아내인 노라가 주인공이다. 작가 입센이 밝힌 대로 여성의 권리와 독립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개인과 사회, 사회의 통념과 개인의 판단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이다.
노르웨이의 작가 입센이 지은 <인형의 집>은, 1879년에 발표되어 그해 12월 21일 코펜하겐 왕립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유럽 각지에서 꾸준히 커다란 호응을 받아온 희곡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논쟁과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대 희곡 사상 최고 명작 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여주인공 ‘노라’는 당시 사회적 선망이기도 했던 ‘신여성’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 작품은 그녀를 통해 여성 해방 운동을 촉진시키는 데 물꼬를 텄다고 할 수 있다.
상호 존경이 없는 채 서로 속고 속이는 결혼 생활보다는 집을 나가는 편이 더 낫다는 노라의 생각은 당시 사회에 퍽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스스로를 찾아 집을 떠남으로써 새로운 여성의 전형이 된 노라는 뜨거운 호평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는데, 종교적이고 엄격한 가정 윤리가 존재했던 19세기 말에 태어난 이 새로운 인물은 그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논쟁의 불씨가 되고 있는 것이다.
노라는 변호사의 아내로서 세 자녀를 둔 행복한 어머니였다. 더구나 남편이 은행장이 되자 그녀의 생활은 더욱 유복해졌다. 그때 행장으로부터 해고당하게 된 한 남자가, 전에 중병에 걸린 남편을 위해 노라가 위법적인 빚을 진 것을 협박하여 남편에게 자신의 구명을 주선해줄 것을 강요한다. 남자의 편지를 받아든 남편은 노라를 감싸주지 않고 그 대신에 자신의 안전만을 바라는 이기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그녀를 비난한다.
후일 무사히 이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그녀는 그때까지 자신이 남편의 ‘인형’에 불과했음을 깨닫고, 독립한 한 인간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아내이자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만족하며 살던 정숙한 한 여성이 남편의 이중성을 발견하고 집을 떠나는 이 이야기는, 여성은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한다는 맹목적 사명 아래 그 육체와 영혼을 무조건 남성에게 바쳐야 한다는 기존 남성 사회에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 아내이며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겠다는 새로운 유형의 여인 노라의 각성 과정을 통해, 허위의식과 기만 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본성을 탐구해낸 것이다.
사람들은 여성 해방 운동이 실현되고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향상되면 이 작품의 가치가 감소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결혼 생활에 관한 논의가 거듭되면서 노라의 선택과 행동은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모아왔다. 입센은 한 사람의 생이 전개되는 과정을 긴밀한 구성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비록 그 스스로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고백했지만, 여성의 자기 발견을 통한 인간의 본질 탐구라는 작가의 역할을 다한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이 작품을 통해 사회의 고착된 인습이 어떻게 한 사람의 성장과 자유를 억압하는지를 진지하게 경험하게 될 것이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이러한 작품을 통해 꾸준히 상승되어 왔다는 사실도 더불어 알게 될 것이다.
-유성호 (한양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