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철학사에서 처음으로 윤리학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현실적 인식론이 가장 잘 드러나고, 이른바 '중용'에 대한 집중적 탐구가 이루어진 이 책은 그의 사상을 대표하는 저술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 까닭에 서양에서는 플라톤의 <국가>와 더불어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힌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행복이라는 무지개는 어디에 있을까? 재물을 많이 가지면 행복할까?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행복할까? 명예? 건강?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행복을 느끼는 정도나 그 기준, 개념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기에 행복의 내용을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공감하며 합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Ethika Nikomacheia)>은 우리의 삶을 최선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행복의 내용을 밝히기 위해 고심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꿈꾸는 행복은 의외로 단순하다. 인간에게 주어진 역량을 최대한 계발하고 발휘할 수 있게 살아간다면 그것이 최선의 삶이고, 행복한 삶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떤 역량을 지니고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역량을 지적 차원과 실천적 차원으로 구분한다. 지적 차원은 인간의 이성과 직결된다. 이성은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만이 지닌 것이다. 인간 특유의 이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자체가 이미 행복의 싹을 지닌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성을 사용하여 진리 탐구에 몰두하는 작업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삶의 방식이다. 실천적 역량은 이와는 다른 차원이다. 말 그대로 지적인 것, 이론적인 것에 대한 실천을 중시한다. 그것은 주어진 상황에 대한 특정한 정서적 반응이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의 성향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덕(德)이나 윤리와도 상통한다. 이른 바 올바름, 의로움, 너그러움, 우애, 용기, 절제 등과 같은 윤리적･도덕적 덕목이다.
이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덕은 실천적이기에 정서적 반응과 적극적으로 관련된다. 그리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중용(中庸)의 특성을 지닌다. 그렇다고 덕이 정서적 반응의 단계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행동으로 드러날 때 참모습을 보인다. 이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에 관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행위에 관한 이론적 고찰로 표출된다. 행위 일반의 특성과 구조는 물론, 구체적으로 윤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행동의 성격을 규명하려고 한다. 이는 서양철학사에서 최초의 행위이론을 수립하는 결과를 낳았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윤리’라는 말이 일러주고 있듯이, 우리 일상에서 익숙한 윤리･도덕을 다룬다. 따라서 특별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조금씩 읽어나가면 어느 사이에 행복을 추구하는 논리에 따라 철학적 분석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 욕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 그것을 조절하지 못하고, 옳지 않은 일을 아무 죄의식 없이 행하며, 친구 사이에 우애도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과연 그 사람의 삶이 행복할까?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우리에게 행복을 찾아가는 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게 한다. 나아가 행복의 길을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일상의 윤리적 시선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것도 지적이고 실천적인 정서와 중용의 균형 감각을 통해서 말이다.
- 신창호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