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대표작 <아Q정전>은 청조 말기, 신해혁명 전후의 중국사회를 아Q라는 시골 날품팔이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려낸 소설로, 지역 유지와 그 가족들의 권세,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혁명에 대한 불안과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희생되는 아Q의 허무한 인생을 코믹하리만치 현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중국 근대문학의 이정표와 같은 소설이다. 중국의 대표 판화가이자 루쉰 작품을 가장 깊이 있게 연구한 작가 자오옌녠의 사실주의적 판화를 함께 볼 수 있는 책이다.
루쉰(魯迅)의 <아Q정전>은 1921년에 발표된 중국 현대소설의 걸작으로서, 루쉰의 명성을 문학사에 확고하게 뿌리내리게 한 그의 대표작이다. 루쉰은 서양의 어느 작가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소설가이다. 그는 낡은 사상에 젖어 있던 당시 중국인들의 정신적 병폐를 드러내어 중국의 근대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한 작가이기도 하다. <아Q정전>은 ‘정전’이라는 말이 어떤 사람의 일대기를 뜻한다는 점에서, ‘아Q’의 이야기를 전기 형식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또한 이 작품은 과거 고소설의 형식과 내용을 완전히 탈피한 현대소설로서, 표현 면에서도 매우 현대적이고 개성적인 문체로 쓰인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아Q’는 이름도 출신지도 본적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일정한 일이 따로 주어져 있지 않으므로 그는 그냥 되는 대로 허드렛일을 하고 산다. 하지만 그에게는 독특한 자존심이 있어 마을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아Q’는 마을에서 힘깨나 쓰는 가문의 아들에게 폭행을 당하고부터 갑자기 유명해진다. 그는 짓궂은 장난도 몹시 즐겼는데, 그 결과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조차 그를 멀리 하기 시작하였고 그에게 외상술도 주지 않게 된다. 한동안 마을에서 사라졌던 ‘아Q’는 전혀 다른 모습, 다시 말하면 새 옷을 차려입고 많은 돈을 가진 채 마을로 돌아왔다.
그는 또한 신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돌아와 여자들의 환심을 사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Q’가 도둑의 앞잡이였다는 소문이 나돌자 이러한 관심은 흐지부지 사라져 갔다. 1911년 신해혁명이 일어나던 해, 그는 혁명당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여 혁명당에 가입하려고 하지만, 어느 날 누명을 쓰고 체포되어 형장으로 끌려가 처형 당한다.
이처럼 이 소설은 청나라 말기의 중국 사회를 ‘아Q’라는 주인공을 통해 그려낸 사회소설이다. 등장인물들이 겪는 혁명에 대한 불안과 그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아Q’라는 인물의 욕망과 좌절의 인생을 담아낸 중편소설이다. 어리석고 가엾은 ‘아Q’를 통해 근대화 과정에 소용돌이치는 중국인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려 보인 것이다. 작가는 ‘아Q’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중국 민족을 각성시키려 하였는데, 결국 ‘아Q’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청나라 말기를 살았던 중국인들의 나쁜 민족성이었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아Q’를 통해 중국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기를 소망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그것은 작가가 비판하고 있는 것을 잘 찾아내어 우리 역사와 비교하는 일일 것이다. 마치 루쉰이 중국의 앞날을 밝게만 본 것이 아니라 거친 가시밭길을 앞두고 있다고 인식한 것처럼, 우리도 우리 역사를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 역사에도 ‘아Q’는 얼마나 많았던가?
-유성호 (한양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